본문 바로가기

투자 가이드

엔비디아, 전망치 웃돈 122% 성장에도 주가 폭락…이유는?

미국 반도체 선두기업 ‘엔비디아‘가 예상을 뛰어넘는 2025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애프터마켓(After-Market)에서 급락했다. 3분기 연속 200%대 성장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성장이 둔화됐다는 시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국내 증권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엔비디아, 2025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

28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실적발표에서 2분기(5~7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300억 달러(약 40조1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3분기(8~10월) 매출은 약 325억 달러(약 43조4687억원)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317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 0.68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은 320억5천만달러로 예측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 319억 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예상치 중 최고인 379억 달러에는 못 미친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호퍼 칩에 대한 수요가 강하고 (4분기부터 양산하는) 블랙웰 칩에 대한 기대도 엄청나다”며 세계적인 데이터센터 현대화 추세와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 가속화에 따라 기록적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전망치 웃돈 실적에도 주가 급락 이유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식은 밤사이 정규장에서 2.1%(2.69달러) 내린 125.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어진 애프터마켓에선 6.89%(8.66달러) 더 하락한 116.95달러를 기록했다. 애프터마켓 가격대로 이날 밤 정규장 거래가 이어지면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다시 3조달러 선을 밑돌게 된다.

분석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한 배경으로 크게 3가지가 꼽히고 있다.

1. 워낙 컸던 기대치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제시한 3분기 매출 예상치도 시장 전망 평균을 웃돌지만 그보다 높은예상치 379억 달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게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떨어진 이유로 보인다고 했다.

카슨 그룹의 라이언 디트릭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성장 폭이 예상보다 훨씬 작았다”며 “향후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었지만 이전 분기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122%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훌륭한 회사지만, 이번에는 기준이 너무 높게 설정됐던 것 같다”고 했다.

CNN 방송도 “엔비디아가 또다시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지난 2년간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이 정도 수치만으로는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2.차세대 인공지능(AI) 그래픽칩(GPU) ‘블랙웰’ 불확실성

엔비디아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차세대 AI 반도체 칩 ‘블랙웰’의 디자인 결함을 인정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언론들은 “블랙웰 시제품에서 설계 결함이 나와 출시가 내년 1분기로 지연됐으며 구글 등 고객사에 통보를 마친 상태”라고 잇달아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블랙웰 칩의 생산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공정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이 원활하지 않다는 세간의 우려를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오는 4분기(11월~2025년 1월)부터 블랙웰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4분기에만 블랙웰 매출이 수십억달러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제품인 호퍼 판매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3.수익성도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

일반회계기준(GAAP)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총이익률(GPM)은 75.1%로 지난 1분기(2~4월) 78.4%보다 2.3%포인트 내려갔다. 엔비디아는 또 오는 3분기(8~10월) 일반회계기준 GPM이 74.4%로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GPM이 하락한 이유로 신제품 생산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재고 비용이 증가한 점 등을 들었지만, 시장에선 수요 감소로 제품 이익도 축소되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 여파 코스피 하락 마감

엔비디아 주가 급락하자 29일 장 초반 국내 반도체 종목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도 하락 마감했다.

29일 연합인포맥스 신주식종합(화면번호 3536)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55포인트(1.02%) 하락한 2,662.28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뉴욕 증시 하락세에 1% 이상 하락하며 장을 시작한 뒤 장중 등락을 반복하다 큰 변화 없이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6.46포인트(0.85%) 하락한 756.04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순 매도세를 보인 가운데 반도체 대표 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관련 주식들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국내 주식 시장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 따른 투자 심리 불안이 하루 종일 장에 부담이 됐다.

  • 업종별로는 철강·금속(1.20%), 화학(0.43%) 등이 오른 가운데 의료 정밀은 4.37% 하락했다.
  • 시가 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14%, 5.35% 각각 하락했고 LG에너지솔류션은 6.11% 상승했다.
  •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가 8.23% 전장 대비 가장 많이 상승했고,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가 9.32%로 가장 많이 하락했다.

 

엔비디아 ,여전히 중요한 위치에 차지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옵션 시장에서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10%에 가까운 급등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지는 구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AI 수요가 여전히 긍정적이고, 엔비디아가 500억달러(약 67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한 점을 고려할 때 눈높이가 조정되는 과정이 될 것”이라 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단기적으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150% 넘게 오르며 회사 가치가 3조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5년간 주가 상승폭은 3천%에 달한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생성형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 바람을 타고 급등하면서 에스앤피(S&P)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에 이르러 뉴욕 증시를 좌지우지할 정도가 됐다.

최근 엔비디아의 실적 전망에 따라 뉴욕 증시 전반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엔비디아 주식을 ‘가장 중요한 주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